제1회 창연문학상 발표

*당선작 없음

제1회 창연문학상 예심 심사평

제1회 창연문학상에는 230명의 응모자가 11,500여 편의 작품을 출품하였다. 창연문학상의 첫 문을 두드린 응모자들의 열의에 먼저 깊은 감사를 전한다. 심사운영위원회는 응모작 전편을 성실히 검토하였으나 본심에 올릴 만한 작품을 끝내 선정하지 못하였음을 먼저 밝힌다. 이 결정이 응모자들에게 적잖은 실망이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창연문학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을 엄정하게 가리는 것이 심사운영위원회의 본분임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응모작 가운데 특히 세 작품집이 심사운영위원회의 주목을 받았다. 『나의 오랜 영원 기억 사업』은 형태시의 실험적 연장선 위에 서면서도 다양한 세계를 발견하려는 적극적 시선과 개성적 시제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시도를 보여 주었다. 『G독해讀解』는 타 장르와의 교섭을 통해 시의 경계를 넓히려는 의욕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낡지 않는 빛』은 일상적 공간 속에서 시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감각이 돋보였고 오랜 시간 글쓴이가 시와 함께 동행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 작품집 모두 방향성과 열의만큼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 작품집 모두 창연문학상의 취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나의 오랜 영원 기억 사업』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나의 일관된 시적 세계로 응집하는 데 미숙함을 드러냈다. 『G독해讀解』는 장르 교섭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었으나 독자적 언어의 구축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낡지 않는 빛』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섬세하였으나 기성의 서정적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언어의 밀도보다 감정의 노출에 기댄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 외 출품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서정 갈래와 교술 갈래의 경계에서 뚜렷한 자기 언어를 확보하지 못한 작품, 시적 형식을 빌린 수필적 서술에 머문 작품도 다수를 이루었다. 아직 한국 현대시의 과제에 대한 고민 부족이 엿보였고 시대적 요구에 닿지 못한 작가의 언술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창연문학상은 낡지 않는 언어와 세계를 향한 새롭고 대담한 시선을 지향한다. 이미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재확인하는 선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의 지평까지,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것을 언어로 불러내는 시를 기다려보고자 한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전위를 찾지 않는다. 오래된 지층 위에 선 새로운 언어를 지향하며 기성의 임계에서 시작되는 혁명의 순간을 전위의 당위성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예심에서 발견한 가능성의 씨앗들이 더욱 깊이 뿌리내려 곧 바로 이어질 다음 공모에는 한층 대담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들이 이 자리를 채워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창연문학상은 첫 회부터 ‘당선자를 만드는 문학상’보다 ‘당선작을 기다릴 줄 아는 문학상’이 되고자 한다. 당선은 심사운영위원회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창연문학상은 앞으로도 그 원칙을 지켜갈 것이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예심 심사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