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창연디카시작품상 발표 및 심사평

없는 밭을 경작하는 시인의 능청
― 유홍석 「마음밭 / 心田」

창연출판사에서 발간한 70여 권의 시집에 수록된 디카시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유홍석 시인의 「마음밭 / 心田」을 창연디카시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사진이 보여 주는 사실과 시인이 말하는 세계 사이의 유쾌하고도 깊은 어긋남에 있다. 사진 속 풍경은 실제 밭이 아니다. 시멘트 바닥에 길게 그어진 선 사이로 낙엽이 쌓이고 작은 돌들이 박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인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두엄 듬뿍 넣고 땅 갈아엎어 깊은 골 낸다”고 말한다. 없는 밭을 있다고 우기고, 시멘트의 홈을 밭고랑으로 읽으며, 마침내 그곳에 한 생을 심는다. 이 능청스러움이야말로 「마음밭」을 평범한 자연 서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디카시에서 사진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며, 시는 사진을 설명하는 자막이 아니다. 좋은 디카시는 사진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 「마음밭」은 그 원리를 정확히 보여 준다. 사진만 보면 시멘트 바닥이지만 시를 읽고 다시 사진을 보면 밭고랑이 나타난다. 다시 자세히 보면 그것은 여전히 시멘트다. 작품은 이 ‘밭과 시멘트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한다. 바로 이 순간 현실은 상상에 의해 전복되고, 사물은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산길에 다듬은 마음밭 고랑”이라는 구절은 이러한 전환을 더욱 깊게 만든다. 시멘트 바닥의 선은 밭고랑이 되고, 밭고랑은 다시 마음의 고랑이 된다. 현실의 사물에서 상상의 풍경으로, 다시 인간의 내면으로 이동하는 이 삼중의 변환은 짧은 작품 안에서 놀라운 의미의 확장을 이룬다. 특히 “한 생은 넉넉히 가고 남겠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작품을 단순한 재치에서 존재론적 사유로 끌어올린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심을 수 없는 시멘트 바닥에 시인은 한 생을 먹여 살릴 만큼 넉넉한 밭을 만들어 놓는다. 척박한 현실에서도 마음은 경작될 수 있으며, 시는 없는 땅에서도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역설이 여기에서 완성된다.
중국어 번역이 함께 실린 점도 뜻깊다. 한국어의 ‘마음밭’은 중국어 ‘心田’과 만나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해 온 내면의 경작이라는 사유로 확장된다. 시멘트 바닥이라는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풍경이 두 언어를 건너 인간의 보편적 정신 풍경이 되는 것이다.
「마음밭 / 心田」은 사실을 충실하게 재현한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을 능청스럽게 배반함으로써 더 깊은 진실에 도달한 작품이다. 사진에는 밭이 없다. 그러나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그곳에서 한 생을 먹이고도 남을 가장 넓은 밭을 보게 된다.

심사위원 임창연 이소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