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김호길/창연기획시선
출간일
2022년 03월 30일
정가
12,000원
분야
시 · 창연기획시선
판형
126mm X 198mm 18 mm
페이지
104쪽
ISBN
9791186871980

김호길(金虎吉) 시인의 새 시조집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창연출판사, 2022)는 60년 가까이 시조를 써온 우리 시조시단의 한 원로급 거장(巨匠)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과 기억의 오래고도 따뜻한 축도(縮圖)라고 할 수 있다. 산수(傘壽)를 눈앞에 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치열하게 시조를 짓는다는 일”이 운명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고 또 스스로는 “시조 삼장육구에 홀려 참 치열하게” 살아왔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충일한 그리움과 다시 신발 끈을 조이면서 미학적 진경(進境)을 열어가려는 남다른 의지가 시조집 안에서 온통 수런거린다. 그렇게 시인은 지나온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어떤 순간들, 사람들, 사물들, 장면들을 불러내어, 시간의 풍화를 견디면서 선명하게 인화된 기억들을 우리에게 정성껏 보여준다. 그가 선사하는 기억은 대체로 그리움에 감싸인 근원적인 것들인데, 그만큼 이번 시조집은 시인에게 가장 절실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세목들로 짜여있다 할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목차

시인의 말

1부
시인의 마음
시계를 보다가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무명초
해돋이 소견
무소식
그런 순간이 많았다
아침놀
전사의 밤
나무의 기도
상강霜降 무렵에

2부
운초 운초 그리운 이여
울어라 울어라 새여
종이비행기
골프공의 안부
그 길
난쟁이 민들레
공명共鳴
병실에서
참새들의 학교

야자수
여신상

3부
레그혼 닭은
해안선의 구도
시조여 너는 무엇인가
에밀리아노 사파타 Emiliano Zapata
씨앗
조각달
별에게
월식
까르네 아사다 Carne Asada
고개를 쳐들수록
사막 풍경 - 백로가족
사막 풍경 - 선계仙界

4부
풍경 속으로
흥부가 놀부집에 간 듯
돌부처
학처럼 훨훨 날아서 - K 시인 영전에
풀꽃 향기
소똥구리
수레 끌기
동행
극락조꽃 Bird of Paradise Flower
시름이 별밭 같아
고백
뜬구름

5부
사막의 밤
진주 남강변 서벌 시인
부겐빌리아
타령조
꿈꾸는 나라
꾸룩꾸룩 산비둘기
무명초
월송정月松亭 소견
가로등 너 때문이야
먼 우화寓話
항아사 너 별에게
동백꽃
고향집 우물

■해설
씨앗 한 알 속에서 완성되어가는 거목의 꿈
- 김호길의 시조 미학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저자의 말

8년 전 『떠돌이의 혼』을 낼 때 그래도 힘 있는 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할 얘기가 없는 듯 싶다. 1963년 개천예술제 제1회 시조백일장에 장원을 한 해가 20세 때인데 지금 80세이니 꼭 60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시 쓰기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 싶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싶다.
시집을 내는 것은 또 한 번의 공해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독자도 없는 장르가 시라고 하고 특히 시조는 동호인들 사이에 끼리끼리 음풍농월하는 장르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그 삼장육구에 미쳐서 60년을 전전긍긍하고 보냈으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한심지사가 아닐 수 없다.
산수傘壽를 앞둔 내 나이에 여전히 치열하게 시조를 짓는다는 일은 분명 보람있는 일일 수도 있다. 우선 시작을 통하여 늘 영감을 떠올리는 일은 두뇌 회전을 시켜 젊게 살고 노화를 막는 지름길일 수도 있고, 남긴 작품이 혹시 인구에 회자되어 황진이나 윤선도처럼 영원토록 후세에 남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시조 삼장육구에 홀려 참 치열하게 노력한 적도 있었다. 《시조월드》, 《글로벌문학》 발간 어린이시조사랑협의회를 조직 어린이시조축제를 한다고 불철주야 뛰던 시절도 있었다. 무엇에 홀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을 한창 해온 것이다. 그 시절의 정열이 지금까지 지속되지 못한다 해도 역사에 남은 페이지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시조가 왜 문학 본류가 못 되는지 왜 하이쿠보다 대접을 못 받는지 심히 고민을 한 흔적이 역사에 남은 거다.
육군 보병지휘관, 육항파일럿, 월남전 전투파일럿, KAL 파일럿 미국 와서는 신문기자 그후로는 국제영농기업 사업가 등 별별 직업을 가져보고 엉뚱한 길 아닌 사막길을 헤쳐왔지만 아직 건재한 것은 시조 혼령이 나를 지켜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시의 혼령이 나를 사막에 쳐박았지만 그 사막도 꽃 피고 새 우는 땅이었고 내가 헤쳐온 길이 도착해 보니 꽃길이었다는 이 시조집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렇네, 지나와 보니 모든 길 산전수전 공중전을 반복하며 살아온 길이 모두 아름다운 꽃길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