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아방가르드 디카시문학상 발표 및 심사평

*당선작 : 이시향 『용접공 그』

현장성의 미학과 리얼리즘 디카시의 새 지평

제1회 아방가르드 디카시문학상 공모에는 총 37명의 응모자가 2,364편이라는 방대한 작품을 투고해 주었다. 이는 디카시가 단순한 프로슈머들의 생활문학적 영역을 넘어, 본격문학으로서의 깊은 사유의 지평을 확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디카시집 원고 『용접공 그』는 디카시의 본령인 ‘날시(시적 형상)’를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명민하게 포착해 냈었다. 나아가 사진기호와 문자기호의 긴밀한 결속력을 통해, 전 편에 걸쳐 현장성의 미학을 탁월하게 형상화해 내며 리얼리즘 디카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

『용접공 그』는 용접공의 노동 현장을 단순한 문학적 소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불꽃, 쇳물, 가스, 장갑, 점심시간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통해 노동자의 하루와 생존의 무게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별이 쏟아진다」에서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아름다운 성좌로 바라보는 동시에 쉴 수 없는 노동의 역설로 전이시키는 감각이나, 「숨」에서 매캐한 용접 가스 속 ‘참아야 사는 숨’을 포착해 내며 삶의 치열한 현장감 속에서 존재의 불꽃을 드러내는 리얼리티는 단연 돋보인다.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미덕은 리얼리즘의 진정성에 있다. 사진기호가 현장의 생생한 증언성을 확보하고, 문자기호가 그 위에 인간적 깊이와 사회적 울림을 부여함으로써 하나의 완결된 텍스트로 완성되는 ‘극순간 멀티언어예술’로서의 디카시 정체성을 온전히 구현해 내고 있다. 「가장」의 등, 「오징어 굽듯」의 장갑, 「활화산」의 불꽃은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탁월한 예술적 오브제이다. 특히 ‘불’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축으로 삼아 시집 전체를 견인하는 구성력은,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산업 현장 노동자들의 존재론적 초상으로 시적 세계를 확장시킨다.

특히 「희망」류의 작품들은 이 시집이 지향하는 미학적 종착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녹슬고 낡은 기계 구조물 틈새에서 피어오른 작은 클로버는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의 의지를 상징한다. “오랜 한파에 메말라가는 일감 / 경제는 녹슬어도 봄은 오겠지”라는 짧은 시적 언술은 경기 침체와 노동의 불안정성, 삶의 고단함을 냉철하게 직시하면서도 끝내 절망에 함몰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은 자라나고 계절은 순환한다는 믿음을 통해 존재의 긍정성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담하게 표상한다.

이 작품집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 현장의 피로와 소외,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마주하는 절망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비관적 정조에 고착되지 않는다. 오히려 척박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발견되는 작은 생명, 미세한 빛, 인간적인 온기를 끊임없이 길어 올린다. 이는 값싼 감상적 희망이 아니라 고단한 현실을 온몸으로 통과한 이후에 도달하는 성찰적 희망이며, 리얼리즘 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인간적 차원의 모색이다.

『용접공 그』는 개별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 때론 미흡하게도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디카시집으로서의 유기적인 구성력과 주제 의식을 일관되게 탐색해 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성취를 보였기에 당선작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본 공모전의 첫 문을 여는 당선자에게 뜨거운 축하를 전하며, 이 걸음이 디카시사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발자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심 심사위원: 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창신대 명예교수)